[표준연 화요음악감상회에 보낸 편지 1985.12]

유펜 심포니 감상

김 진 오

화음회 회원들께

추운 겨울을 어떻게들 지내고 있는지요? 음향실에 조촐히 모여 난로를 켜놓 고 음악을 들은 것도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발전되어 가는 소식을 접하고 보 니 흐뭇해집니다. 그 모임에서 내가 받은 것만큼 기여하지는 못했어도, 미약하게 나마 가능한 데까지 내역할을 행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나는 이곳에서의 첫학기를 끝냈습니다. 무사히 마치고 보니 그간의 고충이 다 사라지는 듯하고, 새로운 의욕이 솟구칩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 학기중 의 생활은 쳇바퀴 도는 다람쥐를 연상케 합니다. 집과 학교간을 하루에 세 번씩 왕복하는 게 생활의 전부이니까요. 한국에서 가져온 클래식음악 테이프들은 주페 의 서곡 모음 외에는 못 틀어 보았었습니다. 극히 단조로운 가운데 바쁘다 보니 집에서 오랜 시간 여유있게 보낼 수가 없었던 겁니다. 때로는 마음의 위안을 얻 고자 가곡을 틀어보면 더 큰 향수에 빠지곤 합니다. 고향을 주제로 한 곡들이 홰 이다지도 많은지.

이 나라는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이니까 이날이 가장 마음의 여유가 많은 날입 니다. 막상 쉬고자 해도 놀 꺼리가 없을뿐더러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 다 음엔 일이 더 많아지니까 차라리 평상시와 다름없이 지내곤 하게 됩니다. 매일같 이 발행되는 학교신문은 겨우 기사 제목만 튐어보기도 힘든데, 10월 중순 중의 한 금요일 날은 집에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며 읽어볼 생각으로 가져와 저녁식사를 하며 읽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를 발견하였습니다.

우연히 학교신문에서 발견한 광고가 기억에 남을 한 주말 저녁을 제공해 주었 습니다. U of P (U of Penn) Symphony Orchestra! 게다가 admission free. 프 로그램은 모차르트의 'Figaro의 결혼 서곡',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 상 서곡', 핸델의 '불꽃놀이',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 요한 스트라우스의 '황제 차르'였습니다.

학생들의 연주이고 보니 불안한 대목들에 마음 조려가며 듣기도 했지만, 낯설 지 않은 곡들이라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관객의 반 정도가 노년층이라는 점입니다. 젊은이들, 특히 학생들로 객석이 주로 채워지 는 한국의 공연장 모습과는 대조적입니다.

몇 달을 별러서 겨우 장만한 스테레오 카세트에 합창교향곡을 틀어놓고 송년 음악회를 회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겨울방학 중이라 캠퍼스가 썰 렁하고 을씨년스럽기조차 한데, 얼마 안 있어 개강이 되고 보면 또다시 기계적인 생활에 몰입될 것입니다. 목전의 관문에 조바심 내며 …

늦었지만 신년 인사를 대신하며 두서없는 글을 마칩니다. 화음회의 꾸준한 성 장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계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