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간부 「역사·문화 탐방」 해외 배낭여행] 1996.9.12-20

스위스 이탈리아 배낭여행

김 진 오

일 정

 

9월12일(목) 서울 → 스위스 Zurich → Bern → Interlaken

     13일(금)  → Jungfraujoch (해발 3454m) → Interlaken → Luzern, 관광: Kappel교,

                   구시가지  → 이탈리아 Milano

     14일(토) Milano 관광: 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 (최후의 만찬), Sforzesco 성,

                                     Duomo 성당, Scalla 극장, Milano 대학

     15일(일) → Venezia, 관광: San Marco 성당, Ducale 궁전, Rialto 다리 → Firenze

     16일(월) Firenze 관광: Vecchio 궁전, Michelangielo 광장 → Pisa, 관광: 사탑

                  → Roma

     17일(화) → Napoli → Pompei, 관광: 유적지 → Napoli, 관광: Santa Lucia 항구,

                  Napoli 대학 → Roma

     18일(수) Roma 관광: Vaticani 박물관 (최후의 심판, 천지창조), San Pietro 성당,

                  Navona 광장, Partheon 신전, 진실의 입, Foro Romano, Colosseo,

                  Cata Combe

     19일(목) Roma 관광: Spain 광장, Trevi 분수  → London → 서울

     20일(금) 서울 도착

 

 

여행준비

 

- 일정은 본래 9박10일 예정이므로 9월12일부터 21일까지로 계획했었으나, 20일에 로마를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예약이 차서 그 대안으로 19일에 런던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일정이 하루 단축되었다.

 

- 예산은 항공권(KAL 이코노미클래스, 실비 약105만원)과 정액 120만원을 지급받았다.  우선 기차표 Euro Pass를 인당 22만 2천원으로 구입하였다.  Euro Pass는 2개월내 5일 3개국에 유효한 1등석(25세 이하는 2등석도 가능)을 구입하였는데, 96년도 현재 정가는 $316이고 3명 그룹의 경우 3번째 사람은 50% 할인이 되었다.  나머지 98만원으로 숙박비, 식비, 시내교통비, 입장권구입 등에 사용하였는데, 충분히 여유있는 액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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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위 스                    환율 : \690/CHF(스위스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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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목)

   오전 10시 5분 서울 출발, 오후 2시 35분 Zurich 도착.  비행기의 비디오 시스템에 고장이 발생해 영화는 커녕 현재 위치 지도 등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하는 지루한 11시간 30분간의 여행이었다.  현지 시각은 섬머타임으로 한국시각과 7시간 차이였다. 공항 지하의 기차역(Flughafen역)에서 Euro Pass에 사용개시 도장 받고, 3시5분 발 Bern행 기차에 탑승.  기차는 Zurich 시내를 경유하여 3시30분에 Zurich HB를 출발하여 5시10분에 Bern에 도착.  여기서 친절한 아줌마의 도움을 받아 기차를 갈아타고 5시26분 Bern 출발, 6시19분에 Interlaken Ost역에 도착.

 

   숙소는 민박으로 정해 방 2개에 100프랑을 지불하였다.  민박집 문에는 Zimmer라고 써붙어 있다.  7시반이 지나서 저녁식사를 위해 식품점을 찾으러 다녔으나 다들 이미 문을 닫았다.  아직 영업하는 식당을 찾다가 할 수 없이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Today's special 인 steak를 인당 16프랑씩에 먹었다.  Interlaken은 조용한 신기슭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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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금)

   Jungfrau 등정을 위해 오전 6시35분에 새벽 첫 등반열차를 탔다.  왕복요금은 원래 160프랑인데 Euro Pass가 있으면 116프랑으로 할인되고 새벽 첫차인 경우는 또 할인이 되어 101프랑을 지불하였다.  경사진 길을 레일 사이의 톱니레일로 구동하는 열차를 Grindelwald와 Eigergletscher에서 갈아타며 해발 3454m의 Jungfraujoch (Top of Europe)에 도달한 시각은 8시50분.  그런데 눈발이 날리고 있어 전망이 나빴다.  맑은 날은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10시에 하산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산길은 다른 길로 Lauterbrunnen을 거쳐 Interlaken Ost역에 도착한 것이 예정대로 12시 27분.

 

   Interlaken Ost역에서 12시36분 발 Luzern행 기차를 탔다.  시간 간격 9분인 기차를 계획대로 탈 수 있었던 것은 기차의 도착 출발 시각이 정확한 덕분이다.  이는 시계의 나라 스위스의 특징으로 보인다.  Luzern에 오후 2시35분에 도착한 후 다음 이동 때까지의 2시간 동안 시내 관광을 하였다.  시계점들이 우선 눈에 띄었고, 구시가지에서는 건물 벽에 그림으로 장식된 것들이 인상적이었다.  조그만 강을 비스듬히 건너는 Kappel교가 명물이다.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인데, 천장에 수십개의 그림이 장식되어 있다.

 

   Luzern에서 오후 4시23분 발 Milano행 기차를 탔다.  종착지에서 내리면 되므로 마음 푹 놓고 앉아 있었는데, 국경 근처인 Chiasso에 가까워질 무렵 승무원이 지나가며 Italy 가는 사람들은 앞쪽 칸으로 옮겨 타라는 것이었다.  열차의 뒤쪽 몇 칸은 분리되어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 것이었다.  옮겨가면서 차 문에 행선지 표시가 Chisso라고 되어 있고 앞쪽 칸에는 Milano라고 되어 있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Chiasso를 지나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로 접어들자 여권검사를 하는데, 여권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얼굴만 훑어보고 지나가는 형식적인 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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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탈 리 아                    환율 : \55/100Lit(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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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8시35분에 Milano 중앙역에 도착하였다.  기차역 석조건물이 웅장한 모습이었고, 외관에 대형 조각이 어울려 보였다.  역에서 남동쪽으로 호텔이 몰려있는 동네로 들어갔다.  속으로 들어갈수록 주변이 험악해 보였다.  별 3개짜리인 Hotel Cristallo에 3명이 사용하는 방을 하루 22만 리라에 정해 2박을 하였다.  스위스에서의 민박을 제외하고는 계속 샤워딸린 호텔방에 묵었고, 아침식사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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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토)

   배낭을 호텔 방에 놔두고 가벼운 몸으로 시내 관광에 나섰다.  8시에 출발하여 1시간 정도 걸어서 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에 도착하니 이미 인파의 줄이 30m쯤 형성되어 있었다.  9시인 줄 알았던 개관시간이 8시부터였다.  한번에 20명씩만 입장시키므로 거의 2시간을 기다려 들어가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앞에 서있던 단체 중의 한 아저씨가 동전, 담배, 카드 등으로 마술을 보여주어 덜 지루했고, 그의 빠른 손놀림은 후에 Firenze에서 만난 집시 소매치기의 기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입장하면서 고지식하게 입장료 1만2천 리라를 지불하였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냥 들어가는 것이었다.  입장료가 의무사항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본 것이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벽화 '최후의 만찬'이다.  이미 많이 퇴색된 작품을 어떻게든 보존해 보려고 어두컴컴한 실내에 조명을 약하게 해놓아, 제대로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카메라 플래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조명없이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역시 인화가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여러 곳에서 느낀 것인데, 작품 설명을 이태리어로만 해놓아 외국인들은 뜻을 알 수 없게 하고도 금지사항에는 친절하게 영어로 'Do Not Touch', 'No Flash' 등을 써놓았다.  Sforzesco 성당의 화려하고 섬세한 외관에 압도당한 수, 인접한 Scalar 극장에 갔다.  공연을 보는 것도 아닌데 입장료를 받기에 겉에서만 구경하였다.  이번 배낭여행에는 연구기관 탐방도 포함하기로 되어 있어, Milano 대학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토요일 오후의 학교는 적막학기만 하였고, 학교 인근의 공원 벤치는 젊은 남녀들이 쌍쌍이 차지하고 있었다.

 

   다시 Duomo 앞으로 와서 근처의 상가를 둘러보았다.  명동 거리처럼 남녀노소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구경한 후, 지하철 역에서 일행 중 한명이 coin toilette을 200리라 동전으로 사용하는 경험도 하였다.  지하철(1500 리라)을 이용해 중앙역까지 4 정거장을 갔다.  인근의 피짜 체인점인 Motta에서 해산물 피짜와 버섯 피짜를 나눠먹은 것을 시작으로 며칠간 주식은 피짜와 스파게티였다. Milano에서는 피짜 1인분에 1만 내지 1만5천 리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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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일)

   이동에 바쁜 하루는 오전 6시의 아침식사로 시작되었다.  본래 호텔 아침식사는 7시부터 제공되므로 특별히 부탁해서 빵을 받아와 방에서 먹었다.  오전 7시5분에 Milano 중앙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9시50분에 Venezia의 Santa Lucia 역에서 내렸다.  물의 도시답게 관광지역에 자동차는 보이지 않았고, 교통수단은 배였다.  Vaporetto라는 수상버스를 편도 4500 리라 요금으로 타고 San Marco 광장까지 갔다.  San Marco 성당의 웅장함에 압도당한 후, Ducale 궁전에 입장료 1만4천 리라를 내고 입장하여 많은 전시품을 구경하였다.  골목의 어느 식당에서 점심으로 바다도시이므로 생선구이를 먹고 Ducale 궁전 입장권에 딸린 박물관을 뛰다시피 구경하였다, 시간이 모자라서.  다시 배편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Rialto 다리에서 잠시 내려 다리 위 상점과 시장 구경을 15분 정도 한 수, 10분 간격인 vaporetto를 타고 Santa Lucia 역에 도착한 것이 출발 20분 전.

 

   Venezia를 오후 3시4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Firenze의 SMN역에 도착한 것이 6시50분.  예정시각 보다 10분 정도 연착하였다.  그후의 경험에 비하면 이탈리아에서 이정도의 오차는 오히려 정확하다고 보아야 한다.  역 근처의 호텔들이 의외로 만원이어서 한참 헤매다가 간신히 찾은 곳이 Hotel Derby로, 숙박비가 3인용 방에 1만4천 리라인 저렴한 곳이었다.  저녁식사를 역 앞의 식당에서 소고기 스파게티(1만 리라)로 하였는데 면을 미리 삶아놓았던 듯, 별로 맛이 없었다.  옆 자리의 사람이 먹는 홍합이 맛있어 보여 한 그릇 시켜 셋이 나누어 별미로 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극장이 있어 1만 리라 내고 들어가 제목도 모르고 말도 못알아듣는 영화를 1시간 동안 보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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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월)

   미술의 도시 Firenze를 반나절에 구경하도록 되어 있는 일정은 무리이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술관들이 월요일에 휴관이라 겉에서만 보게 되었다.  그래도 Vecchio 궁전에 들어가보고, 앞마당의 다윗상을 감상하였다.  이 다윗 상은 복제품이라는 것을 잠시 후에 알았는데, 원본은 Accademia 미술관에 보관되어 있다 한다.  궁전 옆에는 Duomo 성당의 웅장하고 화려함을 보았는데, 이탈리아 도시들의 공통점으로 옛날 도시국가 시절에 궁전과 성당이 인접하게 건립된 것이 눈에 띄었다.

 

   Firenze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Vecchio 다리를 건너 Pitti 궁전에 갔다.  이곳은 5개의 미술관이 있으나 휴관이므로 뒤 언덕에 있는 정원에 입장료 4천 리라를 내고 들어가 시내를 잠시 내려다 보았다.  이어서 시내를 내려다 보기에 좋다는 Michelangelo 광장까지 30분 가량 걸어서 갔다.  언덕을 오르는 오솔길에서 세 명의 소녀 집시가 다가왔다.  애처로운 모습으로 뭔가를 얘기하며 다가오는데 그중 한명은 아기를 안고 있어 방심하고 바라보는 중에 소매치기를 당할 뻔하였다.  일행 중 한명의 벨트지갑의 지퍼가 순식간에 열렸고 내 상의 티셔츠 주머니에 가냘픈 손가락이 스쳐갔다.  다행히 아무 것도 잃은 것은 없었으나, 말로만 듣던 집시 소매치기를 만난 거이었다.  이때부터 소지품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게 되었다.  여기서 버스(1400 리라)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정류장 근처의 담배가게 또는 스낵바 등에서 표를 미리 사고, 버스의 3개의 문 중에 뒷문이나 앞문으로 타서 기계에 표를 약간 넣으면 탑승시각이 인쇄된다.  내릴 때에는 가운데 문으로.

 

   Firenze의 SMN역에 돌아와 열차 일정표를 보니 예정했던 열차는 Pisa에 들르는지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그 다음에 출발하며 Pisa를 종착역으로 하는 열차를 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많이 남아 역내의 Cafeteria 식당에서 푸짐한 점심을 여유있게 먹었다.  오후 1시19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는데, 완행이었다.  2시48분에야 Pisa에 도착하였다.

 

   Pisa 역에서 사탑이 있는 곳까지 운행하는 버스(1200 리라)가 있어 편하게 갔다.  사탑을 보존하기 위해서 애쓰는 흔적이 역력히 보였다.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한쪽 바닥에 무거운 돌들을 쌓아놓았고 탑 아래부분에는 중간중간에 수리한 자국과 보강해 놓은 모습들이 보였으며, 탑 둘레에는 철망을 쳐놓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Pisa에는 볼거리가 사탑 외에는 없으므로, 이것이 무너지는 날이면 이동네의 관광수입은 영이 되어 버릴 것이다.

 

   Pisa 역에서 기다리던 Roma행 기차는 20분을 연착하였다.  그 와중에 플랫폼에 다른 기차가 들어오고 다른 플랫폼에는 Roma행 완행열차가 대기 중이라 잠시 당황하였다.  5시8분에 Pisa를 출발한 열차는 이탈리아 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8시15분에 Roma의 Termini 역에 도착하였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이라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두었던 Hotel Golden을 찾아가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택시를 탔다.  미터요금은 1만5백 리라였는데, 막상 그 액수의 돈을 내자 운전기사는 흥분해서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바그...' 운운하는 것이었다.  파리의 택시기사 홍세화씨의 책에서 읽은 글이 생각나 트렁크에 짐 실은 값을 더 내라는 것을 알아채고, 종이에 써보라 하니 16500을 쓰기에 가방 하나당 2천 리라씩 요금이 추가되는 것을 알았다.  Hotel Goldon에서는 3인용 방을 하루 1만8천 리라에 3박하였다.  시간이 너무 늦어 호텔 근처 큰 길의 식당에서 피짜를 먹었는데 음식 값 1만2천 리라에 비해 음료수 값이 무려 9천 리라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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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7(화)

   아침 8시10분에 Roma의 Termini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10시에 Napoli 중앙역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Pompei행 기차를 타는 것이라고 알고 있기에 시간을 확인하니 무려 1시간 20분이나 남아있었다.  여기서부터 혼돈의 시작이었다.  일단 남은 시간을 활용하고자 역 앞으로 나가니 시장이 있었다.  마치 서울역 앞의 남대문 시장 같다.  생선가게 좌판에는 갈치와 오징어도 보이고, 야채도 비슷하며 심지어 야바위꾼이 있는 것도 닮았다.

 

   Napoli 중앙역에서 5분 연발하여 11시25분에 출발한 Cosenza행 기차를 타고 가다가 Pompei역에서 내린 시각이 11시50분.  그런데 우리가 기대하던 유적지 앞이 아니었다.  물어보니 유적지는 버스(1500 리라) 타고 가야 한다고 한다.  뒤늦게 깨달았는데 우리가 탔어야 하는 기차는 Napoli 중앙역 지하에서 출발하는 Sorento행으로 유적지 정문 앞인 Villa dei Misteri 역에서 장차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의 착오로 인하여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유적지 관람(1만2천 리라)에는 1시간반 정도밖에 할애하지 못하였다.  그 넓은 지역을 거의 뛰다시피 걸으며 서둘러 보고 다시 Pompei 역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도착하였다.  그런데 기차는 무려 20분을 연착하였다.

 

   2시30분 경에 기차를 타고 다시 Napoli 중앙역에 도착하니 3시가 약간 지났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Napoli 관광이 시작되었다.  우선 Napoli 대학에 들렀다.  헌데 문이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근처에 앉아있는 한 청년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모른다는 대답.  할 수 없이 겉에서 사진만 찍고 이동했다.  산정에 있는 국립미술관은 오전에만 개관한다 하여 가지도 않았다.  Nuovo성의 독특한 외관을 바라보고 더 앞으로 나아가 Santa Lucia 항구에 도달하니 멀리 Vesuvio 산이 보이고 앞에는 깨끗한 바다가 펼쳐있었다.  여기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고,  오래전에 본 영 'Pompei의 최후'를 회상했다.

 

   Nuovo 성 앞에서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퇴근시간이라 버스 안은 만원이었고, 시끄럽게 떠드는 몇몇 사람 때문에 무척 소란스러웠다.  역 근처의 골목에서 적절한 식당 La Brace를 발견하여 Spagetti alle Vongolle를 먹었다.  바다의 도시답게 조개를 넣은 맛있는 음식이었는데, 가격은 7천 리라밖에 하지 않았다.  이게 제일 비싼 음식이었고 피짜나 스파게티 모두 이 값 이하였다.  Napoli를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식당이다.  피짜를 요리하고 있던 주방장과 사진 한 장을 찍기도 했다.  Pompei에서 헤맸지만 저녁식사를 잘 했다는 뿌듯한 모만감을 안고 Napoli 중앙역에서 8시발 Roma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우연히 동승한 나이 50대의 한국인 부부와 대화를 하는 중에 남자가 3년전까지 삼성에 몸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 자세히 알아내지는 못하였다.  현재 직원 160명의 중견 기업을 운영하며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을 배낭여행 시키기에 앞서 현황 파악을 할 겸 부부가 함께 배낭여행 중이라 했다.  Roma Termini 역에 9시50분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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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수)

   하루종일 로마 시내 관광을 하였다.  가랑비가 종일 내려 우산을 받치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고역을 겪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처음 구경한 곳이 Vatican 박물관(1만5천 리라)이었는데, 하루 내내 봐도 다 못볼 벽화들을 1시간반 만에 보려니 너무 벅찼다.  그래서 대충대충 보며 지나다가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등이 그려져 있는 방에서는 20분 정도 지체하며 감상하였다.  교황청이 있는 San Pietro 성당에 들어가 보았다.

 

   이어서 St. Angelo 성을 지나 Navona 광장에 갔다.  원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야 하는 곳인데 비가 오는 탓인지 관광객만 조금 보일 뿐이었다.  Pantheon신전을 구경하고 조국제단이라는 거창한 건축물이 보이는 곳의 식당에서 점시식사를 하였다.  진열된 메뉴에는 5천리라로 가격이 붙여진 음식을 주문해 먹었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에는 9천 리라였다.  그 이유는 식탁에 앉아서 먹었기 때문이란다.  음료수도 이 정도 금액을 지불하였다.  Roma에서는 서서 먹으라는 말을 누군가가 했었다고 일행 중 한명이 뒤늦게 밝혔다.

 

   그래도 앉아서 쉰 덕분에 다시 원기를 회복한 일행은 고대 Roma의 유적을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구경하기 위하여 강행군을 다시 시작하였다.  조국제단을 돌아가니 고대 Roma의 건국지였다는 Foro Romano의 유적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파손된 건물들의 잔해와 남은 기둥들로부터 예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거짓말을 하면 손이 빠지지 않는다는 전설이 담긴 Vocca della Verita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기도 했다.  Roma 유적의 압권은 역시 Colosseo였다.  조상보다 못한 후손들이 집 짓는 데에 쓰기 위해 돌을 빼내가 일부가 손상되었어도 원형극장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지하철(1500 리라)과 버스(1500 리라)를 타고 멀리 떨어진 Cata Combe에 가 보았다.  입장료 8천 리라.  고대 Roma 시대 기독교인들의 대규모 무덤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시내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로 자릿세 추가되는 않는 MaDonald's에서 햄버거를 먹는 중에 한 한국인 청년을 만났는데, 그는 며칠 전 일요일에 벼룩시장에서 온갖 귀중품이 든 가방을 도둑 맞았다고 한다.  40일간의 배낭여행 일정 중 이제 반이 지났는데, 여권과 비행기표 등을 재발급받고 하루 예산을 50달러에서 10달러로 줄여 나머지 여행을 마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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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목)

   마지막 관광 일정으로 오전 반나절이 남아 있어 Roma의 다른 곳을 둘러보았다.  우선 Spain 광장에 갔는데 듣던 바와 달리 군중은 없었다.  아마도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인가 보다.  Spain 계단을 올라가니 Roma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좋은 전망이었다.  멀리 Vatican의 성당과 조국제단이 보였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는 Trevi 분수에도 가보았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여기에 동전을 던지면 다시 Roma에 오게 된다는 전설이 있어서 인지 동전을 던지며 사진 찍는 사람들이 계속 눈에 띄었다.  근처 식당에서 음식을 사와 분수 근처에 앉아 먹으로 오래도록 분수와 그 주변 조각물을 감상하였다.

 

   이제 귀국길.  Termini역에서 1시22분 발 공항행 직행열차(1만3천 리라)를 탔다.  Roma 공항의 정식 명칭은 Leonardo Da Vinci 공항인데 기차역에서의 표기는 Fiumicino 공항으로 되어 있었다.  Roma에서 London까지는 이탈리아 항공인 Alitalia를 이용했는데, 무려 20분이나 연발해서 5시15분에 출발하였고, 2시간반 후인 6시50분(시차 1시간)에 London의 Hethraw 공항에 도착하였다.  여기에서 통과(transit)여객 대기실에서 무려 4시간을 무료하게 기다린 후에 10시50분발 다한 항공을 탔다.  비행기 안에는 빈 좌석이 없이 만원을 이루고 있어, Roma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이유를 알 만 했다.  추석을 앞두고 유럽에서 귀국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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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금)

   비행기 안에서 Diabolique이라는 추리영화를 감상하고 식사시간 외에는 내내 잠자며 지루할 틈 없이 하늘을 날았다.  김포공항에 예정대로 오후 5시5분에 도착하여 9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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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감

 

1. 인접한 두 나라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위스는 정확하고 깔끔한 반면 이탈리아는 부정확하고 때때로 지저분하고 소란스럽다.

 

2. 우리는 국제화한다고 돈들여 가며 외국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유럽 사람들은 워낙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니 가만히 앉아서 돈 벌며 국제화되고 있었다.

 

3. 우리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치장한다면 훌륭한 관광국가가 될 수 있는데, 실질적인 노력은 별로 하지 않고 '한국방문의 해'의 구호나 외치는 것은 무익하다고 생각된다.

 

4. 여행중에 한국의 다른 회사들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대개 고참 사원급 또는 신참 과장급이었다.  부장급 배낭여행자는 삼성 사람들밖에 없었다.  역시 문화 탐방의 좋은 기회였음에는 틀림없으나, 배낭여행은 좀 더 젊을 때에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이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