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종합기술원 사보 1995년 9월호] 북 소프트

최형섭 회고록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

김 진 오 수석

'한국 과학기술 여명기 30년'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1960년대부 터 경제개발과 병행하여 과학기술이 성장해온 과정을 저자의 체험을 중심으로 보 여주고 있다. 현재 75세인 최형섭 박사는 국내 과학기술 분야가 불모지와도 같았 던 1959년도에 국산자동차주식회사에 참여한 것을 시발로 국내 연구기관들의 태 동에 기여했다. 특히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의 초대 소장을 맡은 때 를 전후하여 KIST 설립에 일익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해외의 우수한 한인 과학 기술자를 유치하고, 기업에 직접 활용될 실용 연구로 KIST의 방향 설정을 하여 산업체에 필요한 연구소로 발전시켜 나갔다.

1971년부터 7년간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재직하며 오늘날의 한국과학기술 이 뿌리 내릴 토양을 마련하였다. 그후에는 여러 기관들의 고문 또는 자문위원 등을 맡아, 그간의 경험과 지식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고자 애써오고 있으며, 한 편으로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 사례를 모델로 삼을 때 직접 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이와 같은 인생 체험을 토대로 쓰여진 이 책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이 지금은 규모가 커졌지만 그 전신인 한국과학원(KAIS)이 1973년에 소 수정예의 취지로 출발했던 내력이 설명되어 있다. 또한 한국 과학기술계의 꿈이 실현된 1970년대 대덕 연구단지 건설이 소상히 기술되어 있다. 책 제목의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는 KIST를 일컫는 것으로서, 70년대 말까지의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연구원들의 노력을 숨겨진 이야기를 밝혀내듯 흥미롭게 전개시켜 나 간다.

연구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요소는 사람(people), 조직(institution), 운영 (management)이라는 표현에 공감이 간다. 정권 교체 때마다 통폐합 조치 또는 분리 조치를 겪은 KIST의 변천과 대덕 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오늘날의 모습을 보고,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모델로 삼았던 아시아 국가들의 성공 사례 및 실패 사례들을 볼 때, 국공립 연구소의 성패는 연구원들의 자질과 노력 이상으 로 국가 통치자의 관심에 좌우된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이와 같은 논리에 비추어 볼 때, 기업 중앙연구기관들의 앞날도 그 구성원들의 자질과 노력에 못지 않게 기업 총수의 관심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서구의 선진 과학기술이 3백년 이상의 오랜 지식과 기술의 축적에 의하여 이룩된 것임을 감안할 때 개발도상국에서 20∼30년의 단시일에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그 나라가 지닌 여건을 파악하여 현명한 개발정책 을 꾸준히 전개해 나감으로써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 설 정과 개발 계획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여 왔고, 또한 국제 교류를 통하여 여러 나라들의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 설정과 실천 경험을 비교 분석하고 검토하는 기 회를 자주 가져온 저자는 시스템 개발, 컴퓨터 응용 기술, 정보처리 등의 정보산 업에서는 우리나라도 힘을 내면 선진국을 따라 잡을 희망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 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