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2005년 2월 21일] 나의 강의시간

 

1년동안의 깨달음


김진오 교수 (숭실대 . 기계공학)

     나의 강의시간은 수업시간 10분전에 강의실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가게 주인이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것처럼, 학생들보다 먼저 강의실에 들어가서 프로젝터를 설치하고 마이크 음량을 점검한다. 칠판이 깨끗한지 확인하고, 빨강 파랑 색분필들을 늘어놓으며 지우개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해둔다. 연극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 심정으로 강단에 서서, 준비해 놓은 각본에 따라 강의를 진행한다.

     지난 시간의 수업 내용을 간결하게 요약한 화면을 스크린에 비추어 복습을 한다. 그리고 난 후 그 시간에 공부할 내용이 지난 수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소개한 후 본론에 들어간다. 때론 강한 어조로 때론 잔잔한 말투로, 때론 천천히 때론 빠르게 말하며 의도적인 변화를 주는 것에도 신경을 쓴다.

     중간에 학생들이 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준비된 농담을 썰렁하게나마 하기도 하고, 공연히 뒷자리 학생의 이름을 불러놓고 잡담을 한 두 마디 건네기도 한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그날 공부한 내용을 요약한 화면을 스크린에 비추어 주며, 수업에 출석한 보람이 있었음을 확신시켜준다. 그리고는 다음 시간의 예고편을 살짝 보여준다. TV의 주말 연속극처럼.

     이와 같은 나의 강의 방식은 일년간의 연구년을 마치고 지난해 2학기에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서 시도된, 자기반성의 산물이다. 그간 나는 암기식 공부를 탈피하자고 하면서도 때때로 공식 암기를 요구하기도 했고, 주입식 강의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20년전에 가르침을 주셨던 은사들의 강의방식을 그대로 모방하곤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창의력을 염려하기에 앞서 나의 강의부터 창의적이어야 함을 깨달았다.

     개강을 전후해 교수법 서적들을 탐독했다. 조벽 교수의 ‘새시대 교수법’, 김은주 박사의 ‘명강의 핵심전략’, 밥 파이크의 ‘창의적 교수법’, 나승일 교수의 ‘교수법 가이드’ 등을 읽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 보다는 학생들이 흥미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학기에 담당하는 1학년 ‘공학수학’ 과목에 이러한 깨달음을 적용해보기로 했다. 목마른 말은 스스로 물을 마실 것이 아닌가. 건조하고 딱딱하기 쉬운 수학 과목이지만 가급적 흥미롭게 강의시간이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다. 수학 과목의 특성 상 칠판 판서에 수식 유도 위주의 강의를 하되, 스크린과 오버헤드 프로젝터를 보조도구로 사용했다. 특정 미분방정식을 공부하기에 앞서 현장에서 적용되는 사례를 먼저 보여줘 관심을 유발시킨 후 수식 전개와 문제 풀이를 하는 방식을 택했다. 삼각함수의 덧셈 공식이 언급될 때는, 에밀레 종의 맥놀이 현상을 소개하고 두 가지 악기의 소리의 합성을 통해 맥놀이를 귀로 느끼도록 했다.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는 공학문제들의 현장 사례로 원자력 발전소, 놀이동산, 자동차 현가장치 등의 칼러 사진을 보여주고, 충격흡수기 실물을 보여주며 관심을 유발했다. 파이프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를 다루면서 장난감 관악기를 불어, 졸던 학생들을 깨우기도 했다. ‘이공계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학문의 즐거움’ 등의 책을 소개하고, ‘엔지니어의 기본 덕목’을 몇 가지 제시하여 학습동기를 부추겼다. 학생들과의 개별 면담을 통해서 호의적 반응을 확인하고 한 학기 내내 이런 방식을 유지했다.

     학기말이 돼 돌이켜 보니 분명히 예전보다 향상된 강의였지만, 여전히 거의 혼자 일방적으로 떠드는 강의를 하고 말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과목 특성상 토론식 수업을 할 수는 없더라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노력을 더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된다. 오는 1학기의 3학년 전공 강의시간이 기다려진다.

 

( 교수신문 칼럼 이미지 파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