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과학연구원 화요음악감상회 회보 1985년 6월]

화음회와 함께 한 일년

김 진 오

작년 이맘때,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6월 21일에 클래식 음악감상을 위한 첫 모임이 있었다. 그 전에도 음악감상에 대한 취향이 있기는 했으나 그것이 참 여의 동기는 아니었다. '연구'라는 극히 이성적인 업무를 근본으로 하는 직장에서 감성적 활동으로 인간성 추구에 한 몫을 하려는 시도라 생각되었고, 모임을 추진 하고 프로그램을 준비해온 집행부의 노력에 최소한으로라도 보답키 위해 '단순한 참여'를 했던 것이다.

초창기에는 개인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일에 시간을 할애해 야 했기 때문에 출석 횟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고전음악에의 막연한 동경이 생활 의 일부로 구체화 되어 가는 시기였다. 연구실에서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앰프와 스피커를 짜 맞추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음악을 듣는 기회를 자주 갖게 되었 다. 나중에는 아예 한 조의 스피커를 책상 양옆에 놓고 카세트 플레이어를 연결 하여 줄곧 활용하였다.

감상 모임이 있음으로써 자극도 받고 관심과 이해도 높아진 덕이라 생각 하며, 모임을 이끌어오고 꾸준히 참여해온 여러 회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운영을 도맡아 오던 창립자의 전직을 맞게 되었고, 그를 이 어 총무의 역할을 맡음으로써 화음회에 다소나마 보탬이 되는 사은의 기회를 갖 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였다. 회식과 겹친 날은 배부 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택하였고, 공휴일 전날의 경우에는 상경을 다 음날 아침으로 연기하기도 하였다.

초창기에 불참을 빈번히 했던 전과가 있어 다른 회원들에게 참석을 종용 하지 않았고, 음악 좋은 줄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 참석하도록 자율에 맡겼으나, 때때로 출석율이 저조하여 실망하는 회원이 있기에 개인적 입장이 아니라 모임을 운영해온 입장에서 한마디 하건대, 화음회는 음악감상을 위한 모임이며 회원들은 당연히 모임에 참석하여야 한다. 고기잡이 가지 않는 낚시회나 등산 않는 산우회 가 존재할 수 있는가?

나로선 오래 전부터 추진해오던 일이나 다른 회원들에겐 갑작스런 것으로 보일 사직으로 인해 더 이상 참여치 못하게 됨에 아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그 러나 그간의 모임이 있었기에 이제는 혼자서라도 어렵지 않게 음악을 즐길 수 있 으리라는 자신이 생긴다. 지금의 이 모임은 앞으로의 긴 인생 여정에 있어서 다 시 올 수 없는 귀중한 기회라 생각되어, 좀더 열심히 임하기를 회원들에게 당부하 고자 하며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얼마 안 있어 돌을 맞이하게 된 화음회의 꾸준한 발전을 기대한다. 그 간 환희와 휴식과 우정을 함께 한 친구들이여, 안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