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교수학습센터 뉴스레터 제6호, 2008년 2월]

 

예술 같은 강의


기계공학과 교수 김진오


   강의만 없다면 교수생활 할 만 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교수에게 강의는 중요한 임무이면서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뜻이리라. 회피할 수 없거든 즐기라고 하는데, 강의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 중의 하나는 강의를 공연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연극에 비유하자면, 교수라는 배우가 교단이라는 무대에 올라가서 학생이라는 관객을 대상으로 교안이라는 각본에 따라 강의라는 연극을 한다. 공연이 잘 되면 관객은 감동하고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낀다.

   훌륭한 공연을 위해서 좋은 각본은 필수적이다. 1시간짜리 공연의 각본을 만드는 데에 여러 시간 내지 여러 날이 걸린다. 공연에 앞서 연습과 리허설을 한다. 공연 시작 전에 무대장치가 완성되어 있고 소품들이 제자리에 놓여 있다. 배우는 적절한 복장을 갖추고 무대 근처에 미리 와서 대기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배우는 표정관리를 하며 무대 위를 활보한다. 손짓 발짓 몸짓을 한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작아지는가 하면, 말을 빠르게 할 때도 있고 느릿느릿 할 때도 있다. 앞줄에 앉은 관객과 시선을 맞추기도 하고 뒷줄의 관객을 바라보기도 한다. 간혹 무대에서 나와 객석에 다녀오기도 하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연극에서는 관객을 한두 명 무대 위로 불러내어 공연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신명나게 공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올 때, ‘오늘 공연은 잘 되었나’하고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강의가 연극 공연과 다른 점은 단막극이 아니라 연속극이라는 것이다. 이는 일주일에 한두 번 방영되는 TV 연속극과 유사하다. 지난 시간의 줄거리를 압축하여 보여주거나 끝 장면을 다시 보여주어 시청자가 극의 내용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당일 방영이 끝날 때 쯤, 주요 장면을 요약하여 보여줌으로써 극의 내용을 오래 기억하게 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음을 확인시킨다. 그리고는 예고편을 보여주어 다음 시간을 기대하게 한다.

   좋은 배우는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한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만으로 버티지 않는다. 교수가 되는 사람들이 거치는 박사과정에서는 연구 능력에 치중하게 되고 강의 능력을 발전시킬 기회가 거의 없는데, 몇 년 전에 대학교마다 설립된 교수학습센터가 교수들의 강의 능력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 모습을 녹화한 화면을 보며 개선할 부분을 스스로 찾는다.

   예술의 생명은 독창성이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모방해서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없고 훌륭한 공연을 할 수 없다.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잘 살리는 방안을 찾아내어 자신 만의 창의적 연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원숙한 연기를 보이는 그런 배우같이 되어 예술 같은 강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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